대화 올리브의 설움



 여기에 글을 쓰는 이유는 단 하나.
 다이어리에 적기엔 글을 쓰는 속도가 생각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서다.
 
 2주 만에 갔던 상담.
 그 간의 상황을 설명하고 생각을 얘기하고. 
 더 복잡해지는 것도 같지만 나름 분명해지는 것도 있다.
 
 지난 병원상담에서 들었던 얘기를 했다.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체력. 뇌가 가진 체력?의 문제라는 것.
 나는 고치려고 계속 노력하는데 체력이 부족해 미끄러진 다는 것.
 나를 위로하기 위한 말이라고 해도 그 순간은 만족스러운 대답이었다.
 상담사 언니가 공감해줄줄 알았는데 코웃음을 쳤다.
 의학전문가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고
 심리전문가인 언니는 섭식장애란 '마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어느 쪽이 맞다고 생각하는지는 내가 결정할 일이라고 했다.
 
 둘 다 좋다.
 둘 다 위로가 되었다.
 
 나는 그저 내가 했던 행동들, 생각들을 말할뿐인데 언니는 깔끔하게 정리를 해준다.
 그래서 참 좋다.
 자학을 했고, 주저앉아 울었다는 말에
 "본인 스스로에게 화가 많이 나있네요" 라고 답해주던 언니.
 
 정확히는 기억이 안나지만, 그 외에도 여러번 비슷한 일이 있었다.
 
 아무튼 결론은 나는 화를 낼 필요가 있다는 것.
 내가 원하는 정도만 오픈한다는 조건하에, 언니가 아빠든 엄마든 통화를 한 번 해보겠다는 것.
 사실 엄마는 내가 이 쪽 상담을 받고 있다는 걸 모른다.
 내 돈으로 신청한거고... 아빠에게만 말했다.
 
 그 얘기 하면서 결국 울었다.
 
 내가 아빠에게 짐이 될까봐, 걱정할까봐 싫다고.
 사실 휴학하고 내려오라고 할 것도 걱정이다.
 애써 안 울려고 표정관리 하고 있는데 나보고 굉장히 짜증스런 표정이라했다.
 눈물을 참는거라 했더니 그러냐고..
 아빠가 나를 보며 얼마나 속상해하는지 알기에 더 걱정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고 그랬더니
 "아빠 같은 표정이네요"라고 말한 언니.
 결국 그대로 울어버렸다.
 
 아빠는 내 생각보다 약한 분이 아닐거라는거.
 지금 본인의 일을 충분히 잘 견디고 계시며 내 얘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다는 언니의 말.
 다음주에는 어느 정도 선까지 아빠에게 내 얘기를 할지
 결정하고 가기로 했다.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새로 책을 샀고 그 책이 얼마나 많은 시간, 생각을 필요로 하는지 알고 있기에
 첫 장을 열기가 무섭다.
 사실 내일 아는 언니랑 술이 마시고 싶었는데 .... 언니가 여행중이라니 ㅜㅜ
 내일은 혼자 무엇을 할지 고민이다.

 책도 봐야하고.. 시험 공부도 해야하는데 하기가 싫다.
 
 12월 1일이네.
 나의 23살이 한 달 남았다.
 올해 안에 끝이 날 줄 알았는데 갈 길이 먼 것 같다.
 
 난 정말.. "어떤 모습이어도 괜찮아" 라고 생각하는 걸까?
 어떻게해야 내 자신을 좀 더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지.. 어렵다.
 
 내일부턴 정말 잘 먹어야겠다.
 절식하지 말고.. 토할 생각도 하지 말고...
 시험 끝나고 집에 갔을 때 변형된 얼굴 보여주긴 싫으니까.....
 
 
 엄마가 고구마랑 과일 보내주면서
 과일이라도 실컷 먹으라 그랬다.
 엄마는 모르겠지. 
 남들 눈에는 과일이라면 엄청 먹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나는 과일 한 조각에도 고민하고 벌벌떨며 먹는다는 걸.


 아무튼, 올리브야 미안해
 진짜 미안해.
 너무 아프게해서 미안해.
 아직 사랑한다 말할 수는 없지만...... 미안해.
 내일은 좀 더 친해지자

덧글

  • 스키피 2012/12/01 17:42 # 답글

    병원상담하고 그냥 상담하고 따로하는건가요?
    저도 상황이 비슷해서 검색하다 들어오게되었어요 ㅠ
  • 2012/12/02 23:2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스키피 2012/12/03 18:37 #

    아 그렇군요 저도 오늘 처음으로 병원 다녀왔어요
    전 폭식에 가까운데.. 요즘 많이 나아졌는데 올리브님 글 보니까
    한창 심할때 저같아서 공감도되고 슬프기도하네요 ㅠㅠ 조금씩이라도 나아지길빌게요
  • 올리브 2012/12/03 23:08 #

    병원 다녀오셨다니! 좋아지시길 바랄게요 ㅎㅎ
    저도 목요일이 병원 가는 날이라 그날만 손꼽아 기다리는중이네요 ㅠ_ㅠ..
    응원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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